지난달 강원 속초시 청년몰 '갯배St'에서 난 불로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청년들은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서 영업을 준비했는데 100원도 못 벌고 다 불에 타 버렸어요….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운영 재개도 미지수라서 일주일에 3∼4일은 노가다(막노동)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푼 기대로 시작한 첫 창업이었지만, 채무로 인한 독촉 전화와 바닥을 드러낸 통장 잔액을 마주해야 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었다.
불이 난 지 한 달가량이 흐른 19일, 건물에는 여전히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그을음 자국만 처참히 남아 있었다.
황량한 건물을 지키는 건 바람에 힘없이 나부끼는 출입 통제선뿐이었다.
2층짜리 건물에 마련됐던 점포 20여개는 모두 불에 타 앙상한 뼈대만이 남았고, 설악대교가 한눈에 보여 야경 명소로 알려진 2층 카페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청년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30대 고광표씨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대출받은 게 있어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버텼다"며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전 재산을 끌어모아 식재료 200만원어치를 구매했었는데, 쓰지도 못하고 다 타버렸다"고 토로했다.
20살 때부터 요식업에 종사해오던 그는 작은 가게 하나 차리는 게 그저 소박한 꿈이었다고 했다.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점포가 생기자 고씨는 번 돈을 저축하기보다 예쁜 접시, 요리 기계 등에 썼지만, 이제는 그마저 후회스러운 점이 됐다.
고씨는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사서 연구도 해보고 색다른 시도도 해보려고 했다"며 "이렇게 불에 다 타버릴 줄 알았으면 그냥 열심히 저축이나 할 걸 그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당장 하루하루 생계가 어려워 미래를 생각할 틈도 없다"며 "빚도 갚아야 하고 끼니도 해결해야 해서 막노동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속초시에서 감식 결과가 길게는 6개월이 걸린다고 하더라"라며 "언제 나올지 모르는 감식 결과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게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현수(36) 청년협동조합장도 "시에 당분간 영업할 임시 장소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었는데 그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붕괴 위험 등으로 건물 철거 논의도 오간 탓에 청년 점주들이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오후 10시 34분께 청년몰에서 불이 나 2천245㎡의 2층짜리 상가건물을 모두 태우고 2시간 20여분 만에 꺼졌다.
화재로 인해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공실 6개를 비롯한 점포 20개가 잿더미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상으로 오가는 사람이 없어 방화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정확한 원인은 감식 결과를 토대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불이 난 점포 가운데 5곳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보상도 어려운 상황인 탓에 이들 점주는 걱정이 더 크다.
이에 청년 상인들은 최대 1억원까지 2년 동안 무이자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시는 또 조례 개정을 통해 피해 청년들에게 월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화재 피해가 난 건물은 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안전 정밀 진단을 통해 재건 또는 철거를 결정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설악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인기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