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관광객보다 먼저 챙겨야 할 사람은 주민이다… 양양의 생활행정이 반가운 이유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6/09/09 [15:11]

[데스크칼럼] 관광객보다 먼저 챙겨야 할 사람은 주민이다… 양양의 생활행정이 반가운 이유

전우호 | 입력 : 2026/09/09 [15:11]

지방자치의 성패를 거창한 개발사업의 숫자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주민들이 매일 오가는 길이 안전한지, 물이 제대로 나오는지, 비가 오면 침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 겨울이면 눈길 때문에 발이 묶이지 않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행정의 본질에 더 가깝다. 그런 점에서 양양군이 민선 9기 첫 군정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주민 건의 92건을 2027년도 예산에 반영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변화다.

 

특히 소규모 급수시설, 침수와 하천 정비, 제설, 위험목 제거, 생활기반시설, 교통 불편 등은 화려한 사업은 아니다. 준공식에서 큰 박수를 받을 일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바로 이런 일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행정이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청사진만이 아니라 오늘 당장 불편한 것을 내일은 조금 덜 불편하게 만드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양양은 관광도시다. 대규모 관광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관광객에게 아무리 아름다운 양양을 보여주더라도 정작 주민의 일상이 불편하다면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기 어렵다. 관광객이 찾는 도시와 주민이 살고 싶은 도시는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다. 주민이 살기 좋은 도시가 결국 관광객에게도 좋은 도시다.

 

이번 정책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주민의 요구를 단순히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예산으로 연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지방자치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주민설명회에서 열심히 듣고, 사진을 찍고, 보도자료를 낸 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경청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민의 목소리가 예산서에 찍히고, 사업으로 실행되고, 그 결과가 다시 주민에게 돌아갈 때 비로소 행정이 된다.

 

양양군이 이번 기회를 잘 살렸으면 한다. 주민체감형 예산이 일회성 구호가 아니라 민선 9기 행정의 원칙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큰 사업은 큰 사업대로 추진하되, 작은 민원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 행정, 군민의 불편을 먼저 찾아 해결하는 행정이라면 주민들의 평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결국 좋은 지방정부는 ‘무엇을 크게 지었느냐’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주민들이 “살아보니 확실히 편해졌다”고 말할 때 비로소 좋은 행정으로 기억된다. 양양군이 이번 주민체감형 생활예산을 출발점으로 그런 행정의 모범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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