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을 많이 불러오는 것만으로는 지역관광의 성공을 말하기 어렵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관광객을 어디로 보내고, 얼마나 머물게 하며, 지역에서 무엇을 소비하게 하느냐다. 그런 점에서 9월 8일 나온 속초시의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제안은 설악권 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속초시는 전날 양양국제공항에서 열린 지방공항 연계 지역관광 활성화 포럼에서 강원권 공동 관광상품 개발과 광역 교통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특히 양양공항과 속초·양양 등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외래관광객 전용 셔틀버스를 만들고, 항공편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행하자는 구상이다.
이것은 단순히 버스 한두 대를 늘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관광의 기본 틀을 바꾸자는 제안이다. 지금까지는 속초는 속초대로, 양양은 양양대로, 고성은 고성대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설악권 전체를 하나의 관광 목적지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속초시는 지난해 2,600만4960명의 방문객을 기록했고 전년보다 4.9% 증가했다. 그러나 외국인 방문객은 33만6197명으로 전체의 1.3% 수준이다. 관광객 숫자가 많다는 사실에 안주하기보다 양양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설악권 곳곳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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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공항은 단순한 공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설악권 관광의 현관문이 되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공항에 내려 택시나 버스를 찾아 헤매는 순간부터 관광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공항에서 속초로, 고성으로, 양양으로, 인제로 바로 연결되고 숙박과 음식, 쇼핑과 체험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관광객의 지갑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공항에서 관광지로 이동하는 교통만 만들어서는 부족하다. 지역 음식점과 전통시장, 숙박업소, 카페, 체험시설, 특산품 판매점이 함께 참여하는 관광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 한 명의 방문이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로 이어진다.
정부도 양양공항을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 관문으로 만들고, 공항과 관광지 사이에서 이동·체류·소비가 이어지는 관광권을 만들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양양공항 현장에서 나온 과제를 정책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제 설악권 지자체들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속초가 관광객을 받고, 양양이 공항을 제공하고, 고성이 바다 관광을 만들고, 인제가 산악관광을 연결하는 식의 역할 분담과 공동 마케팅이 필요하다. 행정구역은 나뉘어 있어도 관광객에게는 하나의 여행지여야 한다.
관광객이 속초에서 하루 자고 고성에서 바다를 보고 양양에서 쇼핑한 뒤 인제에서 산과 계곡을 즐기는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 지역의 관광객이 네 지역의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 설악권에 필요한 것은 관광객 유치 경쟁이 아니라 관광객 공유와 지역경제 공유다. 양양공항을 중심으로 설악권을 하나의 관광시장으로 묶는다면 관광객의 발걸음뿐 아니라 소비의 흐름까지 바꿀 수 있다.
양양공항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항이 활성화되고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설악권에 머물고 먹고 사고 체험하며 다시 찾아오도록 만드는 것. 그때 비로소 공항은 활주로를 넘어 설악권 경제를 움직이는 새로운 현관문이 될 것이다.
이제 설악권은 ‘우리 지역에 몇 명이 왔는가’를 묻기보다 ‘설악권 전체에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소비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관광도 경쟁보다 연결이 강한 시대다. 양양공항을 설악권의 현관문으로 만들고, 속초·고성·양양·인제를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는 것. 지금이 바로 그 첫걸음을 내디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