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동서평화고속도로가 열린다면…설악권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6/07/27 [15:28]

[데스크칼럼] 동서평화고속도로가 열린다면…설악권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전우호 | 입력 : 2026/07/27 [15:28]

도로 하나가 지역의 운명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과거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바꿨고, 수도권 광역교통망은 도시의 성장 속도를 바꾸었다. 지금 강원특별자치도가 추진하려는 인천~고성 동서평화고속도로 역시 단순한 도로 건설을 넘어 설악권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강한 추진 의지를 밝힌 동서평화고속도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강화, 철원, 화천, 양구, 인제를 거쳐 고성까지 약 200㎞를 연결하는 초대형 국가사업이다.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도 시작되지 않은 구상이지만, 국가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도 거론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왜 이 도로가 중요한 것일까.

 

답은 현재 강원 북부의 현실에 있다.

 

강원도는 전국에서 도로 보급률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특히 접경지역은 고속도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관광객이 찾아오고 싶어도 이동 시간이 길고, 기업이 투자하고 싶어도 물류비 부담이 크다. 지역 주민 역시 의료와 교육, 문화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교통은 단순히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아니다. 사람과 기업, 자본과 관광객이 움직이는 경제의 혈관이다. 혈관이 막혀 있으면 아무리 좋은 관광자원과 산업 기반이 있어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고성과 속초를 비롯한 설악권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교통망이 생긴 뒤를 준비해야 한다.

고속도로가 완공된 이후 계획을 세우면 이미 늦다. 지금부터 산업단지와 관광단지, 물류시설, 주거단지, 문화시설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도로는 사람을 데려오지만, 머물게 하는 것은 지역의 콘텐츠다.

 

둘째, 설악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전략이 필요하다.

속초와 고성, 양양, 인제는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관광과 경제에서는 하나의 생활권이다. 어느 한 지역만 성장해서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속초는 관광과 항만, 고성은 해양관광과 DMZ, 인제는 산림과 레저, 양양은 공항과 서핑이라는 각자의 강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셋째, 평화경제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동서평화고속도로라는 이름에는 단순한 교통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장기적으로 남북 교류가 확대될 경우 접경지역은 대한민국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군사 규제로 발전이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평화와 교류의 거점으로 역할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성은 그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 가운데 하나다. 금강산과 가장 가까운 관문이자 동해안 북방경제의 연결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대형 국책사업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사업성이 부족하면 추진이 늦어질 수도 있고,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난관을 만날 수도 있다. 따라서 강원도와 설악권 지자체들은 단순히 "고속도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왜 이 도로가 국가 전체에도 필요한지 설득해야 한다. 수도권과 동해안을 연결하는 물류 기능, 인천국제공항과 관광벨트 연계, 국가균형발전, 접경지역 활성화, 재난 대응과 안보 측면까지 종합적인 논리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국가사업으로서의 당위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지역사회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정치권은 정파를 넘어 협력하고, 지자체는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며, 주민들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서평화고속도로는 아직 종이 위의 청사진에 가깝다. 그러나 모든 위대한 프로젝트는 작은 구상에서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도로가 생길 것인가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도로가 생겼을 때 설악권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지금부터 준비하는 일이다.

 

교통은 지역 발전의 시작일 뿐, 완성은 아니다. 고성과 속초를 비롯한 설악권이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관광과 산업, 물류와 평화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 낸다면, 동서평화고속도로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설악권의 미래를 여는 희망의 통로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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