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00조 원이 넘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 들어갔다. 예산은 숫자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다. 어느 사업이 국비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도시는 성장하고, 청년은 일자리를 얻으며, 기업은 투자하고, 주민의 삶은 달라진다. 그래서 지금은 강원특별자치도와 각 시·군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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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대를 모으는 것은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첫 국비 확보전이다. 강원 연고 국회의원들이 국회 핵심 보직을 맡고 있고, 여야를 떠나 강원 발전에는 힘을 모으겠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우 지사가 직접 장관들을 만나며 국비 확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점은 강원도 전체에 분명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한 사람에게만 돌아간다. 특히 설악권인 속초·고성·양양·인제는 이번 예산 확보를 단순히 각 시·군의 사업을 하나 더 따내는 경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우리 군의 사업'이 아니라 '설악권 전체의 미래'라는 큰 그림을 함께 그려야 한다.
그동안 설악권은 같은 생활권이면서도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관광은 관광대로, 교통은 교통대로, 산업은 산업대로 서로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거나 중앙정부를 상대로 각자 목소리를 내는 일이 반복됐다. 그 결과 사업의 시너지보다 중복이 발생하고, 설득력은 오히려 약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설악권은 하나의 경제권이자 하나의 관광권이며 하나의 생활권이다. 관광객은 행정구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속초를 찾은 관광객은 고성을 방문하고, 양양에서 서핑을 즐긴 뒤 인제에서 산림치유를 경험한다. 지역은 나뉘어 있지만 관광과 경제는 이미 하나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국비 확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설악권 공동 광역교통망 구축, 동해북부권 관광벨트 조성, 산림·해양 치유산업 연계, 접경지역 평화경제 기반 확충, 동해안 해양레저 산업 육성, 응급의료와 생활SOC 공동 구축 등은 어느 한 지자체만의 사업이 아니라 설악권 전체를 묶는 국가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설악권이 오래전부터 염원해 온 교통 인프라 확충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도로와 철도, 관광교통망은 지역의 생존과 직결된다. 접근성이 좋아져야 기업도 오고 관광객도 늘어난다. 여기에 체류형 관광과 정주 여건 개선을 연결해야 지역소멸이라는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인구 문제 역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어느 한 지역만 사람이 늘어서는 설악권 전체가 살아날 수 없다. 청년이 일할 수 있는 산업을 만들고,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며, 의료와 교육, 문화시설을 함께 활용하는 광역 생활권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들은 행정구역보다 삶의 편리함을 먼저 선택한다.
우상호 지사의 국비 확보 노력도 설악권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중앙정부는 명분과 실현 가능성을 함께 본다. 지역 간 경쟁 사업보다 여러 지자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광역 프로젝트는 국가균형발전과 예산 효율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크다. 지금이야말로 속초·고성·양양·인제가 공동 전략을 마련해 강원도와 정치권에 제안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협력의 리더십이다. 시장과 군수, 국회의원,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상공계와 주민 모두가 '설악권 공동 번영'이라는 목표 아래 힘을 모아야 한다. 작은 이해관계에 매달려 각자의 몫만 챙기려 한다면 결국 모두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반대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낸다면 설악권은 강원도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금은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를 다툴 때가 아니다. 무엇을 함께 만들어 국가를 설득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국비는 준비한 지역의 몫이며, 미래는 협력하는 지역의 것이다.
속초와 고성, 양양과 인제가 서로의 경쟁자가 아니라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될 때, 설악권은 비로소 대한민국 동북부를 이끄는 새로운 성장권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