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산불 현장으로 강원 소방 인력과 장비가 급파됐다는 소식은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불러온다. 하나는 전국 단위 대응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안도감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은 어디인가’라는 불안이다. 특히 속초·고성·양양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건조 지역을 떠올리면, 이 불안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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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산불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르다는 점이다. 건조한 날씨, 강한 해풍, 급경사의 지형이 맞물리면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불씨가 보이는 순간 이미 늦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9년 고성·속초 산불이 그랬고, 이후에도 매년 봄이면 같은 긴장이 반복된다. 산불은 ‘발생 이후의 대응’보다 ‘발생 이전의 대비’가 생사를 가른다.
이번 경주 산불에서도 확인되듯, 국가소방동원령은 위기 대응의 마지막 안전망이다. 그러나 국가 동원 체계가 가동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얼마나 많은 위험을 줄여놓았는가다. 동해안 건조 지역은 매년 같은 조건을 반복해서 안고 있다. 그렇다면 대비 역시 매년 반복적으로, 그리고 더 촘촘해져야 한다.
속초·고성·양양은 관광지이자 생활권이다. 산과 주거지가 맞닿아 있고, 펜션과 숙박시설, 상가가 산자락까지 들어서 있다. 이 구조에서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곧바로 도시 재난으로 번진다. 그럼에도 산림 관리, 방화선 정비, 주택 인접 산림의 연료 제거 작업은 늘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뒤로 밀린다. 불이 나면 수백 명이 투입되지만, 불이 나기 전의 관리에는 늘 최소한만 배정된다.
선제적 대비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건조·강풍 시기에는 산불 위험 지역에 대한 상시 감시를 강화하고, 주거지 인접 산림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며, 주민 대피 동선을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특히 동해안처럼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중요한 지역에서는, 계절별·시간대별 바람 패턴을 반영한 방화선 구축과 대응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일단 불부터 끄자’는 대응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인력의 안전이다. 산불 진화는 언제나 사람의 몸으로 최전선에 서는 작업이다. 선제적 대비는 주민 보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화 인력이 극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불길이 커진 뒤 투입되는 구조보다, 불길이 커지지 않게 만드는 관리가 훨씬 덜 위험하다.
경주 산불에 강원이 힘을 보태는 지금, 질문은 분명해야 한다. 우리는 남의 재난을 도우며 동시에 우리 지역의 위험을 얼마나 줄이고 있는가. 동해안 건조 지역의 산불은 ‘언젠가’가 아니라 ‘곧’의 문제다. 기다려주는 재난은 없다.
산불 대응의 성패는 뉴스가 되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 속초·고성·양양을 포함한 동해안이 또다시 불길 앞에서 긴급 동원과 대피로만 버텨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출동이 아니라 더 이른 대비다. 동해의 바람은 늘 먼저 움직인다. 행정도 그보다 한 발 앞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