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특보와 강풍특보가 동시에 발효된 상황이었다. 명절을 앞두고 산림 이용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보도 충분히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새벽과 오전, 두 차례나 산불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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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에서 벌어진 일이다.
현북면 장리 사유림에서 불이 나 0.25㏊를 태웠고 주민 수십 명이 대피했다. 그에 앞서 양양읍 화일리 야산에서도 불이 발생해 3시간 넘게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건조한 대기, 강한 바람, 그리고 명절 기간 임도 개방. 위험 요인은 이미 겹겹이 쌓여 있었다.
문제는 “예상 밖”이 아니라 “예상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강원 영동지역은 해마다 봄·겨울철이면 산불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는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번지는 데 채 몇 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명절을 이유로 1,800㎞가 넘는 임도를 한시 개방했다. 성묘객 편의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편의는 안전을 전제로 할 때만 의미가 있다.
임도 개방은 곧 차량과 사람의 접근 증가를 의미한다. 이는 곧 화기 사용 가능성과 부주의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감시 인력과 현장 통제는 강화됐어야 했다. 두 차례 산불이 같은 날 발생했다는 사실은 예방 체계가 선제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반복이다. 한 번의 산불은 불가피한 변수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날 두 번이라면, 그것은 구조의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위험 신호가 울렸는데도 행정의 톱니바퀴가 즉각 맞물리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지역사회에서 나오는 또 하나의 우려가 있다. 양양군수의 부재 상황 속에서 재난 대응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재난은 매뉴얼만으로 대응되지 않는다. 최종 결단과 책임, 지휘의 일원화가 핵심이다. 컨트롤타워의 무게는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그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지휘 공백은 곧 판단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판단 지연은 초기 대응 실패로 연결된다. 산불은 초동 10분, 20분이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 헬기 투입 시점, 현장 통제 범위, 주민 대피 판단은 모두 신속하고 단호해야 한다. 만약 행정 수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휘 체계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재난은 핑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강원도산불방지대책본부는 설 연휴 특별대책기간을 운영하고 24시간 비상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태지사 역시 빈틈없는 대응을 강조했다. 도 단위에서는 긴장감이 읽힌다.
그러나 현장의 최전선은 기초지자체다. 결국 산불 예방의 1차 책임은 군 행정에 있다. 위험 예보가 나왔을 때 임도 개방 범위를 재조정했는지, 고위험 구간에 인력을 집중 배치했는지, 불법 소각 단속은 강화했는지, 산림 인접 마을에 대한 사전 점검은 충분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산불은 “자연이 낸 불”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낸 불”이다. 그렇기에 예방은 의지의 문제다. 경고가 있었고, 바람이 불었고, 건조했다는 사실은 변명이 아니라 대비의 근거였어야 한다.
명절 기간은 공동체가 모이는 시간이다. 그만큼 안전 관리의 강도도 높아져야 한다. 작은 부주의가 수백억 원의 피해와 수많은 이재민을 낳는 것이 강원 산불의 역사였다.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뼈아픈 대가를 치렀다.
양양에서 같은 날 두 번의 산불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행정의 경계심이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묻는 경고음이다.
행정은 “불이 나면 끄는 조직”이 아니라, “불이 나지 않게 만드는 조직”이어야 한다.
군수의 부재가 단 한 치의 공백도 만들지 않는 체계인지, 지휘 라인이 명확히 작동하고 있는지, 예방 중심 행정이 실제로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는지.
지금 양양군은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산불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행정도 더 이상 늦어서는 안 된다.























